글을 읽는 여러분께 동기부여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기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입시와 공부 방법에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합격한 졸업생들은 입시 전문가가 아닙니다.


일부 의견의 경우 학생 개인의 주관적인 견해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시며 읽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입시가 끝나 홀가분한 마음이지만 바쁜 가운데, 쉬는 도중에 그리고 노는 와중에 공부가 막막한 후배들을 위해서 시간 내주신 졸업생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서울대 수리과학부] 정시 - 23학년도 보성고 졸업생

 

- 제가 지금까지 부모님, 친구들,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받은 금전적, 정신적 투자를 불려서 갚아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공부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보성고를 졸업한 배주영입니다. 이번 입시에서 수시로 서울대 지균을 받아 서울대 재료공학부를 지원했었고 정시로 서울대 수리과학부 최초합격, 카이스트 최초합격, 경북대 의대 2차 합격, 단국대 의대 천안캠퍼스 1차 합격을 했으며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23학번으로 입학했습니다.

제가 최초에 수시로 수리과학부가 아닌 재료공학부에 지원했던 이유는 서울대에 조금 더 안정적인 합격을 하기 위해서 전략적으로 지원하였으나 수능에서 생각만큼 좋은 점수가 나와 제가 가장 원했던 수리과학부에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Q. 어떤 전형으로 합격했나요? 해당 전형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저는 정시전형으로 합격했습니다. 정시전형은 수능 점수로 대학교를 입학하는 전형이지만, 올해 서울대가 최초로 정시에 내신반영을 하는 등 변동이 있었습니다. 물론 올해 입시만 놓고 보면 내신반영이 입시에 미친 영향은 상당히 적었다고 생각합니다.

 

Q. 수리과학부는 어떤 학과인가요? 수리과학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수리과학부는 쉽게 수학과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미적분학, 선형대수학, 해석 등 수학의 다양한 분야를 배우고, 금융수학, 암호론 등 이를 응용하는 과정들까지 배웁니다. 제가 수리과학부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어렸을 때부터 수학에 관심이 많았던 것과 수학이라는 학문이 광범위하게 쓰이는 만큼 이후 할 수 있는 일의 폭이 굉장히 넓어진다는 장점을 보고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서울대 수리과학부는 사실 인기가 상당히 많은 과라, 그런 수요적인 측면들도 조금은 고려했습니다.

 이쯤되면 여러분께서 “왜 의대에 등록하지 않았냐?”는 생각도 하실 수 있는데, 여기서 설명하기엔 너무 길어질 정도로 다방면으로 고민을 했습니다. 여러 이유 중 하나만 대자면,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의대 못간다고 굶어 죽는 것도 아닌데 내가 조금이라도 더 관심있는 분야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Q. 알과영과학학원에 대해 말해주세요. 알과영에서 좋았던 점이 있다면?

A. 알과영을 다니면서 좋았던 점은 보성고에 맞게 내신 수업을 진행했다는 점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대치동 대형 강의를 가면 선생님들께서 강남 8학군 위주로 내신대비를 하시기 때문에, 저희 학교에 맞지 않는 문제들을 자주 풀게 됩니다. 보성고 과학시험의 특징은 대체로 교과서를 제대로 숙지하는 것이 1순위인데, 대치동 강의들은 수능 킬러 문제로도 안 나올 것 같은 어려운 문제들을 풀립니다. 반면 알과영에서는 개념을 탄탄히 잡아주고, 비킬러와 킬러문제 골고루 주기 때문에 내신대비에 용이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보성고를 다니면서 2학년 화학에서 한 등수 차이로 2등급을 받았던 것을 제외하면, 과학은 알과영을 다녀 항상 1등급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알과영을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불만은 ‘왜 내가 이런 기본적인 문제를 풀어야 하지?’하는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게 오히려 알과영의 장점이었습니다. 보성고의 경우 시험 문제들이 아주 어려운 수준은 아니고, 중간중간 어려운 문제가 나오는 식으로 출제되는데 알과영에서 주신 교재는 숙제를 풀 때도 기본적인 문제 사이에 어려운 문제를 출제해 주시는 등 밸런스 잘 맞춰놔서 시험을 볼 때 ‘알과영에서 했던 방식이 많이 도움이 됐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저를 가르쳤던 선생님은 여러분이 계시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은 물리를 가르치시는 구본철 선생님입니다. 구본철 선생님은 2학년 물리 내신 대비할 때부터 3학년 수능 물리 대비할 때까지 들었던 선생님입니다. 질문도 성의있게 답변해주시고, 개념을 깔끔하게 설명해주십니다. 2학년 때 특수상대성이론이 많이 헷갈렸는데, 선생님께서 날 잡고 제대로 알려주신 이후로 궁금증이 싹 해소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3학년 때 수능 준비를 하면서 역학 문제를 풀 때 중요한 응용 개념들을 잘 정리하셔서, 그런 부분 자체가 수능을 볼 때 도움이 된 것도 있고, 여름에 물리 공부방법을 바꿀 때도 구본철 선생님의 수업 방식을 많이 참고했습니다. 결국 저는 수능 물리 만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Q. 과학은 어떤 과목을 선택하였으며,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수능 선택 과목으로 물1과 생2를 했습니다. 저희는 서울대에 이과로 들어가려면 2과목이 필수였기 때문에, 그냥 선택자 수가 가장 많은 생2를 골랐고요, 물1은 1과목 중에 내신 때 가장 열심히 공부한 과목이라 가장 자신이 있어서 골랐습니다.


Q. 생명과학2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A. 기본적으로 2과목은 1과목보다 훨씬 어렵고, 2과목은 입시 제도상 서울대를 가지 않는다면 볼 이유가 거의 없는 과목입니다. 시간 투자를 많이 해야해서 저 같은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공부하는 국어와 수학만큼의 시간을 생명과학2에 투자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과목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도 노는 시간이나 쉬는 시간을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공부 시간을 늘려가며 준비했습니다.

 

Q. 과학 과목은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나요?

A. 일단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공부할 때 온전히 집중하세요. 다음으론 책을 펴고, 개념을 공부하고, 문제를 풀고, 틀린 문제는 다시 풀면서 약점을 보완하면 됩니다. 대단한 거 없어요. 그냥 열심히 하세요. 다른 과목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만의 효율적인 팁이 있었다면, 고3 때 여러 사설 모의고사를 많이 푸실 겁니다. 사설 문제의 양이 굉장히 많고 모든 문제가 평가원 같은 스타일도 아니며, 모든 문제의 퀄리티가 우수한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퀄리티가 떨어지는 문제를 풀지 않기 위해 인터넷 입시 커뮤니티에서 해당 사설 모의고사와 회차를 검색해 이전에 푼 학생들의 평가를 바탕으로 “수능과 비슷한 느낌으로 출제된 것 같다.”는 식의 좋은 평가를 받은 모의고사를 골라서 풀었습니다.


 Q. 싫어하는 과목이 있었다면?

A. 저는 국어를 가장 싫어했습니다. 제 성적이 1등급에서 3등급까지 오르락내리락이 반복되었기 때문입니다. 후에 국어 성적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니 ‘내 국어 성적이 안정적이지 못한 이유는 내가 국어라는 과목에 대한 이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이다.’라는 생각을 했고, 그 생각을 한 이후에는 시험을 본 후 스스로 ‘평가원 시험은 이런 식의 문제가 나오고, 이런 식으로 지문을 내고, 이런 식으로 문제와 지문을 연계해내고, 이런 식으로 문제에 함정을 설치하는구나.’하고 시험에 대해 분석하는 작업을 거쳤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험을 보는 방법에 대해 많이 익혔고, 사설 모의고사에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부분을 찾아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이런 부분에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만의 국어 푸는 방법론을 공책에 정리해서 만들었고, 점점 견고하게 쌓아가면서 국어 1등급이 더 안정적으로 나왔습니다.


 Q. 시험 직전 준비하던 방법이 있다면?

A. 시험 직전이면 오히려 해이해지기 상당히 쉬워져요. 이때 공부해봤자 ‘뭐가 달라지나.’라는 생각과 곧 있으면 해방이라는 생각이 겹치거든요. 방법은 상관없으니 그냥 어떻게든 공부를 마지막까지 이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Q. 본인만의 슬럼프 해소 방법

A. 운동을 하세요. 이게 몸이랑 정신이랑 상당히 연관이 깊어서, 몸이 건강해지면 마음도 건강해지더라고요. 그렇다고 너무 몸을 굴리진 말고 그냥 꾸준히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게 좋아요. 저는 고3 때 춤에 빠져가지고 춤연습을 자주 했는데, 한바탕 춤추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이 있듯이, 과학적으로도 육체와 정신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거든요. 운동을 하면 정신도 맑아지고 공부할 때 체력적인 면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라는 얘기는 아니고 공부를 하면서 운동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확보해서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입시를 앞둔 후배들에게 한마디

A. 요즘 유튜브에 공부 자극, 공부 동기부여같은 내용들의 영상이 많이 올라오더라구요. 저는 개인적으로 동기부여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동기부여란 결국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인데, 저는 공부에 대한 의욕이 넘쳐서 했던 것은 아니거든요. 그럼에도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스로에게 공부를 ‘의지를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의무’라고 규정했거든요. 기업이 투자를 받으면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줘야 하는 것처럼, 제가 지금까지 부모님, 친구들,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받은 금전적, 정신적 지원이나 투자를 불려서 갚아야 한다는 책임의식을 갖고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미래에 원하는 것들을 하면서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 ‘무조건 거쳐야만 하는 길’이라고 공부를 정의하고, 좋든 싫든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본인을 지배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규율이어야 한다.”라고 말한 것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는데, 상당히 공감했습니다. 저도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 해야 한다고 스스로 규율을 정한 덕분에 많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고3 때보다 고1 때가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는데요, 이제부터 내가 하는 것들이 대입에 직접적으로 연관되고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서 겁을 많이 먹었고, 많이 예민해졌습니다. 그러다 결국 깨달은 게 뭐냐면, 스트레스를 덜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단순히 문제를 마주하고 그거를 해결하는 거더라고요. 할 일이 많아서 짜증이 난다면, 미루고 게임을 하는 것보다 그냥 할 일을 빨리 끝내는 게 더 낫더라고요. 그러니 여러분도 힘들면, 그냥 열심히 사는 게 오히려 정답일 것 같습니다.